200514

드뷔시의 피아노를 위하여 프렐류드와 슈만의 나비를 레슨곡으로 정하고 연습하고 있다. 둘 다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치는 맛까지 있어서 연습이 고되지 않다.

이사 후 고양이들이 차례로 잔병치레를 하고 있다. 가벼운 감기인 듯 하여 다행이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것이 솔찍헌 엄마의 맴,,,,

어제부터 다시 무언가가 되지 못했다는 느낌, 임시적인 상태라는 느낌, 도중에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 느낌 때문에 때때로 괴롭다. 주위에 같은 상황인 사람이 없으니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지 않을까? 어쨌든 해소되지 않은 불만족이 있다. 그정도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200501 – 200507

나는 10대 시절을 원주와 경기도 광주에서 보냈고, 20대는 대구, 서울, 캔버라, 춘천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제 30대가 되어서 부산에서 살게 되었다. 낯선 지역에 집을 구하는 일은 사실상 처음 어른으로서 마주하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남편과 나는 행복하고 뿌듯했다.

부산의 첫 인상은 매우 좋다. 부산은 자연환경이 아름다우면서도 온갖 인간 군상이 모인 활기 넘치는 도시이다. 적어도 3년은 이곳에 머물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여러가지 새로운 목표들와 오래된 목표들이 있다. 나는 항상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것들을 달성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잘 보살피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만으로 이미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남편이 항상 옆에서 말해주었던 것이지만 말이다.

200430

오늘은 이 집에서 자는 마지막 날이다. 고양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매우 평화롭다. 이 집에서 나만 이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떨린다. 오늘밤 잠을 이룰 수 있을지… 어제까지는 빨리 이사가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막상 좀 시원섭섭하다

이 집은 나의 신혼집이었고 여름이와 보름이의 첫번째 집이었다. 제법 낡은 복도식 아파트임에도 내부를 예쁘게 수리하여 만족스럽게 살았다.

부산에서 살 집은 어제 입주청소때 짐을 다 빼고 다시보니 상상했던것보다 더 좋았다. 집주인들이 지네집이라고 험하게 살았는지 지은지 몇년 안되었는데도 좀이 쓸어있는 부분이나 지지않는 얼룩 같은건 좀 있었다. 우짜겠노. 나는 깔끔하게 해놓고 살아야지

어제부로 가구를 새로 주문하는 일도 모두 끝났다. 진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신혼집보다 더 오래살게 될 집에서 살아갈 삶이 기대되는 한편 계약기간이 끝내면 또 이사가야 한단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