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

가끔 지금의 행복이 한순간에 박살나는 상상을 하는것을 멈출 수 없다. 그 상상은 대부분 왕눈이와 고양이들에 관한 것으로, <어느날 외출 후 집에 돌아왔는데….>라는 문장이나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는데…> 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자세한 내용은 적는것만으로 패닉이 올 것 같아 생략…

강박증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들이 아깝다. 예전에는 단순히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부작용도 마찬가지로 짜증이 나기에 점점 꺼려진다.

머리를 다시 단발로 잘랐다. 그동안 머리에 뭘 달고다녔던거지….너무 상쾌하고 가볍다. 누구에게든 단발을 권하고 싶은 기분이다. 제발 자르세요…자르시길…제발…

200119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를 꼽으라면 곤란할 정도로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많지만… 그래도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피아니스트를 꼽아보자면 리히터, 글렌굴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여기에 샹송 프랑소와를 더해도 좋을듯…다 죽은 사람이네… 동시대인으로 꼽아보자면 김선욱, 유자왕이 아닐런지? 이미 추린것만해도 너무 많고 곡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달라서 리히터랑 굴드 말고는 그다지 꼽는 의미가 없는 듯… 결혼식땐 호로비츠 틀었었다…

굴드는 골드베르크의 전설적인 두 빠르기의 앨범 때문에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곡 해석을 좋아한다. 베토벤의 몇몇 곡들 빼고…그건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리히터는 그 어마어마한 피지컬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처음 한건 윾투브에서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 동영상을 본 이후부터이다. 말로 표현하자면 굴드가 리히터에 대해 평한 것을 인용하여 음악 자체와 감상자를 연결시켜주는 피아니스트라는 표현을 하는게 가장 적절하지 않을지…. 여튼 리히터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음악의 음들 너머의 어떤 세계를 보여주는 사람이라는걸 어케 표현해야할지 몰라 애를 먹곤 한다

200112

어제는 그랜드 피아노 투어를 했다. 그랜드 피아노를 사려는 부부인 척 하고 야마하와 스테인웨이 등을 실컷 쳐볼 수 있었는데, 나올때는 진짜로 그랜드 피아노를 사려는 부부가 되어버렸다. 야마하 C3X 가 너무나 마음에 꼭 들었다. 남들이 벤츠살때 반의 반값으로 피아노 사는게 뭐 어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1억짜리 스테인웨이 함부르크 모델은 정말 음색이 아름답고 터치감이 비단결 같아서 입이 딱 벌어졌지만, 그것보다 조금 못한다고 느껴지는 야마하의 C3의 가격이 그것의 오분의 일이라 굳이 스테인웨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야마하와 비슷한 가격인 베이비 그랜드 스테인웨이 미국모델은 정말 별로였다. 스테인웨이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고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 모델에 대한 고집이 왜 그렇게 심한지도 이해할 수 있어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야마하의 C1과 C3이었다. C1은 베이비 그랜드 사이즈라 가정용 크기로 적당하면서도, 베이비 사이즈임에도 꽤 괜찮은 볼륨과 야마하 특유의 예쁜 음색을 갖춘면이 좋았다. C3는 표준 사이즈에 정말로 모든것이 괜찮았다. 적당히 예리하고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이 너무 맘에 들었다.

물론 지금 우리집엔 둘 자리가 없어서 이사할 수 있을때 사야한다.ㅋㅋㅋ방음시공도 해야한다.

여튼 남편과 내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