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

돌아가신 할머니를 가끔 떠올리긴 하지만 할머니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증조할머니는 내가 초1때 돌아가셨는데 얼굴도 잘 모른다. 고조할머니는… 고조할머니의 고조할머니는….나도 그런 목록 중 하나가 되겠지

울산에서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 안내판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너무 긴 시간 속에서 어떤 흔적들은 남아 있는데 흔적의 주인들의 삶은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 만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올 초에 읽은 그래픽노블 <여기서 here> 가 매우 인상깊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은 얼마나 신비한지, 생각할때마다 나의 고민들에 대해 관대해지게 만든다.

근데 어쨌든 요 며칠 꽃 수업은 너무 힘들었다ㅋㅋ 힘든 이유 1. 수업 속도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림 2.공동작업이 너무 많음 -> 사람들이랑 계속 얘기해야 함 + 내 맘대로 못함 3. 하루에 대중고통 두 번 타야됨

200401

결벽인으로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다녀서 너무 기쁘다. 덕분에 대중교통을 이용할때의 불쾌감이 원래의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가끔 마스크를 안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 불쾌감을 넘어 혐오감이 느껴진다. 또한 호기심도 생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런 때 마스크를 안하고 돌아다니는 걸까… 대부분은 별로 대단한 사연일 것도 없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거나, 잊고 나왔거나, 무임승차자 일 것이다.

저번주에는 돈까스가 먹고 싶어서 한 돈까스 집에 들어갔다가 그냥 도로 나온 일이 있었다. 그 식당 안의 그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식당같은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건 한번도 보지 못해서 너무 놀랐다. 위생적으로도 찝찝했지만 그 깡?과 정신?이 너무 경악스러웠다.

200326

일주일에 5일을 가게 된 꽃학원은 내가 19살에 다니던 재수학원 옆에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본 재수학원은(남편도 잠깐 그 학원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예전보다 깔끔해보였고, 내가 살던 고시원은 와세다 유학 학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뀐것들이 많았는데 바뀌지 않은 것도 많았다. 이곳을 또 오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인생의 오묘함이란…

꽃 만질수록 빨리 창업하고 싶다

200320

올라프손 라모 녹음한 거 좋다.

올라프손은 내가 평균율 C minor 프렐류드를 연습하고 있을 때 남편이 들려줘서 알게 되었다. 넘나 완벽한 테크닉과 과하지 않은 처리가 거의 내 이상형의 평균율 C minor 여서 좀 감동했었다.

바흐라는 레파토리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로 불리는 모양이지만, 굴드와는 거의 반대편에 있다고 느꼈다. 굴드와 마찬가지로 정확하고 심플한건 맞지만, 굴드는 화려한 반면 올라프손은 humble하다.

이 영상에서 올라프손의 소박하고 드라이한 면모가 극명하게 느껴졌다. 특히 2분경부터 시작되는 아다지오는… 굴드의 숨막히고 지독하게 아름다운 아다지오와는 다른 투명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200319

오늘은 전자레인지와 세탁기를 청소했다. 전자레인지도 힘들었지만 세탁기가 정말 대박이었다. 집안일의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선 것 같다. 세탁하는 물건을 세탁해야 한다니!

집 안 구석구석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요일별로 닦아야 하는 구역을 정해놓고 치우려고 한다. 중딩때 청소구역 정하던게 기억난다

집에서 일할땐 앞치마를 입는다. 아줌마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입고 일하면 더 프로가 된 기분으로 일할 수 있다. 단점은 이것도 패션이어서 자꾸 새 앞치마가 갖고 싶어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