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 – 200507

나는 10대 시절을 원주와 경기도 광주에서 보냈고, 20대는 대구, 서울, 캔버라, 춘천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제 30대가 되어서 부산에서 살게 되었다. 낯선 지역에 집을 구하는 일은 사실상 처음 어른으로서 마주하는 도전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남편과 나는 행복하고 뿌듯했다.

부산의 첫 인상은 매우 좋다. 부산은 자연환경이 아름다우면서도 온갖 인간 군상이 모인 활기 넘치는 도시이다. 적어도 3년은 이곳에 머물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여러가지 새로운 목표들와 오래된 목표들이 있다. 나는 항상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것들을 달성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사랑하는 것들을 잘 보살피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만으로 이미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남편이 항상 옆에서 말해주었던 것이지만 말이다.

200430

오늘은 이 집에서 자는 마지막 날이다. 고양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매우 평화롭다. 이 집에서 나만 이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떨린다. 오늘밤 잠을 이룰 수 있을지… 어제까지는 빨리 이사가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막상 좀 시원섭섭하다

이 집은 나의 신혼집이었고 여름이와 보름이의 첫번째 집이었다. 제법 낡은 복도식 아파트임에도 내부를 예쁘게 수리하여 만족스럽게 살았다.

부산에서 살 집은 어제 입주청소때 짐을 다 빼고 다시보니 상상했던것보다 더 좋았다. 집주인들이 지네집이라고 험하게 살았는지 지은지 몇년 안되었는데도 좀이 쓸어있는 부분이나 지지않는 얼룩 같은건 좀 있었다. 우짜겠노. 나는 깔끔하게 해놓고 살아야지

어제부로 가구를 새로 주문하는 일도 모두 끝났다. 진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신혼집보다 더 오래살게 될 집에서 살아갈 삶이 기대되는 한편 계약기간이 끝내면 또 이사가야 한단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200424

나는 결혼 이후로 외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결혼 이전에 느끼던 막연한 외로움의 정체가 분명히 드러나는군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에는 엄청난 장점과 아주 사소한 단점이 있다. 장점은 뭐 말하지 않아도 될듯… 단점은 다른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무심해지고 있으며 사교적 모임이 점점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원래 사교적인 사람이 전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외로움 때문에 자살하지 않을 정도로는 사람을 만나고 다녔는데 이제 그 모든 것에 관심이 없어졌다.

말을 많이 들어야 하거나 억지 웃음을 유지해야 하는 모든 상황을 피하고만 싶음. 그래서는 안되는데 사실 외않되?는지도 모르겠다는게 더 큰 문제…….어쨌건 존나게~~ 고립되어 간다

200416

마침내 집 구하고 쏘맥 마는 남편

ㅎ….넘나리 험난한 여정이었다. 거제 아파트 매물은 진짜 누가봐도 심각한 상태였고 거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은 산산히 부서졌다… 자세한건 넘 빡치고 힘들어서 생략한다.

어쨌건 어제 부산에 선녀같은 집을 구했고 나는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다는 흥분+평소 좋아하던 부산에서 살아본다는 흥분에 잠을 설쳤다. 머릿속에서 집 가구배치를 몇 번을 뒤엎었는지 모른다. 부산이나 거제에서 과외를 두어개 구해야겠다.

김진태 떨어진 꼴 보니 아주 속이 시원하고 꼬숩네… 누가 떨어진게 이렇게 좋은 적은 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