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

부산 비엔날레에 다녀왔다. 정확히는 부산 비엔날레의 여러 전시장 중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전시들을 보고 왔다.

개인적인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모임의 실패’ 정도가 아닐지…

원래 부산현대미술관이 보여주던 전시의 퀄리티를 감안할 때 상당히 실망스러운 전시였는데 이유를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1. 왜 ‘지금’, ‘여기서’ 이 전시인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전시, 모든 작품이 어떤 시의성을 담지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회속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그것이 동시대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중요하게 생각된다. 하물며 학부생의 소논문에도 서문에 ‘왜’ 지금 이 연구가 중요한지부터 해명하고 시작하는 법이다.

물론 요즘 열리는 모든 전시가 코로나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 지겹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시는 시의성의 결여를 넘어서서 좀 뜬금없다. 왜 이것을 이 순간에? 또, 이것을 왜 하필 부산에서? 를 충분히 납득할 수 없었다. ‘이야기’ 들은 부산을 언급하거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에 대해 조금 노출하고 있었지만, 그 단어를 ‘서울’ 로 바꾸어 쓴다거나 이 글이 2차대전 당시에 쓰여진 글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을듯.

2.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편의 시>는 동시대 한국 작가들의 글(‘이야기’)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전시장 내의 15줄정도의 그 글이 문필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쓴 그 글이란 말인가? 아니면 원글이 따로 있는 것인가?

-그 짧은 글이 전시를 위한 바로 그 글이라면 : 너무 짧고 구체성이 떨어져서 그 글이 그 글 처럼 느껴지고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애초에 글과 시각예술의 협업을 구상할 때 이런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원 글이 따로 있다면 : 그 원래의 글은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홈페이지에도 없고 리플렛에도 없음.

(3. 전시되는 작품들 중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1,2번이 기획의 문제라면 3번은 작품 선정의 문제이고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빗겨갈 수 있는 문제이다. 내가 보기에는 노골적이고 철지난 유행의 작품들이 꽤 보였고 이것이 나의 피로도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좋은 작품들이 있었기에 간략히 사진과 작가명을 언급한다.

모니카 본비치니, <벽이 계속 움직이면서>, 2019

인터렉티브하고 시의성 넘치는 작품임에도 쓸데없는 사족의 텍스트가 못내 아쉬웠다.

제라르 빈, <우리들의 시대에>, 2017

시네마토그래피가 좋았다.

바바라 카스텐, <크로스오버>2016, 2020

메르세데스 아스필리쿠에타, <한 여인의 꿈-거기 멈춰요 신사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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